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임신·수유부 2,048명을 대상으로 식품섭취량을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임신부는 1일 평균 에너지 섭취 권장량의 82.5%를, 수유부는 92.2%만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또한 임신부의 칼슘과 철 섭취량은 권장량 대비 각각60.5%와 58.8%에 불과하였으며 수유부 역시 권장량의 62.8%의 칼슘만을 섭취하여 보충제 복용이나 식품을 통한 보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임신·수유부의 나트륨 섭취량은 일반 가임기 여성과 마찬가지로 1일 권고량 대비 200% 이상의 수준이었습니다. 즉, 우리나라 임신·수유부는 에너지, 칼슘, 철분 섭취는 부족한 반면 나트륨의 섭취량은 높아 영양소 섭취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가임기 여성에게 있어 균형 잡힌 식생활을 통해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임신 및 출산 후 영양관리의 기초가 되므로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한국인영양섭취기준에서는 임신·수유기 여성의 경우, 태아의 건강한 성장과 모유 수유에 필요한 영양소에 대해 추가적인 섭취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임신·수유부가 꼭 챙겨야 할 영양소는 무엇이며 주의할 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1. 엽산
태아의 척추, 뇌, 두개골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영양소로서 임신 기간 중 초기인 1~4개월 동안 특히 중요합니다. 임신 중에는 태반 형성을 위한 세포 증식, 태아 성장, 혈액량 증가 등을 돕기 위해 엽산 필요량이 늘게 됩니다. 임신 초기에 엽산이 부족하면 신경관결손, 심장기형 등 태아의 척추와 신경계에 선천적인 장애가 생길 수 있으며, 임신부에게는 태반조기박리, 빈혈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임신 기간 중 엽산의 권장섭취량은 1일 600㎍으로 비임신 여성의 권장 섭취량(400㎍)보다 200㎍ 더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식품을 통해 권장량만큼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음식만으로 섭취가 어려운 경우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엽산 보충제를 복용할 수 있습니다. 엽산은 쑥갓, 메추리알, 시금치, 깻잎, 부추, 고춧잎, 총각김치, 딸기, 토마토, 오렌지, 키위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2. 철
철은 세포에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 성분인 적혈구를 구성하는 무기질 성분입니다. 임신 기간 동안에는 태아와 태반의 성장, 혈액량의 급속한 증가로 철의 필요량 역시 증가됩니다. 철의 권장섭취량은 1일 24mg으로 비임신 여성보다 10mg 더 많습니다. 임신부와 태아에게 필요한 철을 식품으로 권장량만큼 섭취하기 어려운 경우 의사와 상담을 통해 철 보충제 복용을 권장합니다.
철은 주로 소고기 등 붉은 살코기, 닭고기와 같은 가금류, 달걀노른자, 생선, 굴, 깻잎, 시금치, 두부, 건포도와 건자두 같은 말린 과일, 아몬드, 땅콩 등에 함유되어 있습니다. 육류, 생선, 닭고기 등의 동물성 식품에 함유된 철이 식물성 식품의 철보다 더 잘 흡수되므로 철이 풍부한 동물성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합니다. 비타민 C 함유량이 높은 식품(귤, 딸기, 양배추, 오렌지주스, 토마토주스 등)과 철이 풍부한 식품을 함께 먹으면 철의 흡수율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섬유소, 녹황색채소, 콩류의 지나친 섭취는 철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3. 칼슘
혈액 속에 용해되어 있는 칼슘은 근육 수축, 혈액 응고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태아의 뼈 및 치아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임신 및 수유기간 중 칼슘의 권장섭취량은 각각 1일 930~1,020mg으로 비임신 여성의 권장 섭취량보다 280~370mg이 더 많으며, 하루 3~4컵의 우유를 마심으로써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칼슘 역시 임신 및 수유기 동안 식사만으로 필요량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 의사와 상담을 통해 칼슘 보충제 섭취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칼슘의 급원 식품으로는 우유, 치즈, 요구르트, 연어, 뼈째 먹는 생선, 시금치, 브로콜리, 콩, 오렌지 등이 있습니다.
출산 후 수유기 동안에는 모유 생산을 위한 영양소 요구량이 증가합니다. 열량과 단백질의 경우, 임신 기간 동안 저장된 비축분을 사용하므로 권장섭취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하지만 비타민 A와 C, 칼슘, 아연 등의 영양소는 수유기에 권장섭취량이 증가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주의할 점]
1. 알코올
임신기간 중 음주는 태아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임신부의 과음은 태아알코올증후군(FAS, Fetal Alcohol Syndrome)이라는 발달장애를 일으킵니다. 임신부의 음주로 인해 태아가 알코올에 노출되는 경우, 알코올은 신경세포의 발달을 직접적으로 방해하고 결국 뇌와 신경계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자궁 내의 태아는 알코올을 분해시킬 수 있을 만큼 발달되어 있지 않으므로 임신기간에는 음주를 절대로 해서는 안됩니다.
2. 카페인
임신 중이라도 적당한 카페인의 섭취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카페인의 과잉 섭취는 불임이나 저체중아 출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카페인은 커피, 차, 초콜릿, 일부 탄산음료, 의약품에 함유되어 있습니다 카페인은 신경계에 영향을 주고 신경과민, 불면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임신부는 하루 300mg이하로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므로 카페인의 과잉섭취를 막으려면 식품 별 카페인 함유량과 하루 섭취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3. 바람직한 체중 증가
일부 임신·수유부는 잘못된 영양 지식으로 임신 또는 출산 후 체중 증가를 걱정하여 의도적으로 섭취 열량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이는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임신 기간 중 지나친 체중 증가는 임신중독증 및 거대아 출산 위험 증가는 물론 산후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럼 임신 기간 중 적절한 체중 증가는 어느 정도일까요?
임신부의 체중 증가는 태아의 성장과 함께 모체의 양수 및 순환 혈액량이 증가하고 자궁, 유방, 체지방 등이 증가하여 나타나는데 임신초기(1~3개월)에는 0.5~2kg, 임신 중기·후기에는 1주에 0.5kg 정도 증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임신 전 체중에 따라 임신 기간 동안 바람직한 체중 증가량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맞는 증가 정도를 확인하고 유지해야 합니다. 임신 전 정상체중인 경우 10~13kg, 저체중인 경우 13~18kg, 과체중인 경우 7~10kg 범위 내의 체중 증가가 바람직합니다. 만약, 쌍둥이를 임신한 경우에는 16~20kg의 체중 증가가 적당합니다.
David Barker의 ‘태아 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이라는 가설에 따르면 임신 기간 중 모체의 건강 상태가 아기가 출생 후 성장기를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건강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실제 임신 기간 동안 적절한 체중 증가가 이뤄지지 않은 모체에서 출생한 태아는 성인기에 고혈압, 비만,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에서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영양플러스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의 WIC(Women, Infants and Children) 프로그램처럼 영양 상태가 취약한 저소득층 임신·수유부 및 영유아를 대상으로 바람직한 균형식 섭취와 모유 수유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영양교육과 보충식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기의 건강은 우리 미래의 건강입니다. 임신·수유부는 물론 임신 전 여성 모두 영양 및 건강 관리에 신경 써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