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발표된 우리나라의 2010년 생명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여자가 84.1년, 남자가 77.2년입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2006년부터 OECD국가 평균 수명을 넘기고 있는데, 해를 거듭할 수록 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1년마다 거의 0.5세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현재의 경향만 지속되어도 30년 후에는 평균 수명 95세의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평균 수명이 지속적으로 길어지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의학의 발전, 경제적 풍요로움 등 환경적 요인이 가장 큽니다.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유전요인과 환경요인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경적 요인으로, 최근 수명증가 요인의 대부분이 이에 속하며 수명의 약 70%를 결정합니다. 절주, 금연, 적절한 몸무게 유지, 스트레스 관리, 적절한 수면,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 균형 잡힌 식단 등으로 최근 여러 국가에서 이런 요인들의 교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유전적인 요인은 일반인들에서는 평균 수명의 약 30%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100세와 같이 극단적으로 오래 사는 것에는 70% 이상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아직 이 영역은 우리가 직접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유전자 검사나 치료 등과 같은 방법으로 실제 조절이 가능하게 되면 극단적 수명 연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로는 성경의 무드셀라가 969세까지 살았다고 되어 있고, 요즘도 전 세계 여기저기서 150세를 넘긴 사람들이 가끔 발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람은 프랑스인 ‘장 깔망’ 여사입니다. 1875년에 태어나서 122년 164일을 살았는데, 현재까지 120년을 넘어 살았음이 확인된 유일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110세를 살았습니다. . ‘제일 오래 산 게 겨우 122세? 그것도 우리나라는 110세?’ 라는 표정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균 수명을 전후하여 갑자기 건강이 쇠약해지면서 추풍낙엽처럼 사망하는 사실을 알려주면100세를 넘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오늘 95세를 맞이한 어르신이 다음 생일을 맞이할 가능성은 50%가 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인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이탈리아 친구 말대로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몇몇 노화센터에서는 앞으로 30년이면 노화를 의학적으로 상당부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노화의 기전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최근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고, 여기에 유전자와 면역 조절, 줄기세포 기법 등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대부분의 노화연구소들은 여전히 ‘125세’ 를 목표수명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125세는 실험실에서 가장 좋은 조건 속에서 질병 없이 살 수 있는 동물의 나이와 프랑스인 ‘장 깔망’ 여사의 나이 등을 참조하여 계산된 나이입니다. 소위 말하는 하늘에서 받은 타고난 나이, 즉 천수(天壽)로 질병, 사고 등이 없을 경우 누릴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125세 이상의 삶’은 단순히 의학적인 문제만이 아닙니다. 꼭 해결되어야할 삶의 질이나 질병의 조절과 같은 문제뿐만 아니라 삶과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포함한 더 큰 영역을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서서히 125세 이후의 삶에 대해 논의하고 준비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125세 이후의 삶은 의학적으로 가능할지라도 다른 더 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선택하지 않는 결정이 내려질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여러분들도 125세를 살 수 있을지가 아니라, 이 이상을 살아야할지 말지라는 행복한 고민에 서서히 동참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