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까...깜박 깜박혀...

나이가 들면 기억력도 점차 감소합니다. 이는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심각해지면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했던 말을 반복합니다. 또 아침에 식사를 했는지, 어제 누구를 만났는지,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를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치매는 수년에 걸쳐 서서히 발병하여 기억력장애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고 꾸준하게 진행되는 병입니다. 말기에는 간단한 일조차 혼자 해내지 못하고 모든 일상생활에서 남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 노년기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 들어보셨나요?

혈관성 치매, 즉 혈관성 인지장애(vascular cognitive impairment, VCI)는 전체 인지장애의 원인질환 중에서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질환입니다. 특히 아시아권 국가에서 유병률(이전부터 앓고 있었든 새로 생겼든 현재 해당 질병을 앓고 있는 모든 사람)과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혈관성 인지장애는 그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의 특징적인 세부군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첫번째 임상적으로 명확한 뇌졸중 발병 이후에 인지기능의 저하를 보이는 경우

기존에 다발경색치매(multi-infarct dementia), 전략경색치매(strategic infarct dementia)로 알려진 환자군입니다. 이러한 환자군은 뇌졸중 발병 전 인지기능에 비해 발생 이후 비교적 갑작스럽게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경우로, 뇌졸중 병변의 크기 및 위치 등이 발병에 중요하게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두번째는 뇌졸중 발병 없이 서서히 인지기능의 저하를 보이는 경우

이에 반해 피질하 혈관성 인지장애(subcortical VCI) 환자군은 명확한 뇌졸중의 발병 없이 서서히 인지기능의 저하를 보이는데, 뇌영상에서 미만성 백질변성을 보이는 경우로 실제 혈관성 인지장애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의 임상적 특징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언뜻 보기에는 구별하기 어려우며 뇌영상검사 등을 통해 감별하게 됩니다.

전략경색치매 환자의 뇌 MRI 사진과 피질하 혈관성 치매 환자의 사진. (a) 우측 앞쪽 시상 부위(화살표)에 발생한 뇌경색으로 인한 전략경색치매 환자의 MRI, (b) 양쪽 뇌백질에 광범위한 고신호강도(하얗게 보이는 부위)를 보이는 피질하 혈관성 치매 환자의 MRI.

혈관성 인지장애의 임상적 평가를 위해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평가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많은 수의 환자들이 뇌졸중을 경험하여 편마비(한쪽 팔다리 또는 얼굴부분의 근력 저하가 나타난 상태)나 구음장애(발성이 제대로 안 되는 증상)를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이러한 뇌졸중 후유장애는 인지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전두엽의 집행/실행 기능장애가 초기에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 능력 평가 시에도 편마비와 같은 뇌졸중 후유 장애로 인한 것이 아닌, 순수하게 인지장애로 인한 일상생활능력 저하여부를 적절히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과거의 개념으로 비추어볼 때 치매는 반드시 기억력 장애를 수반해야 했으나, 최근까지 축적된 혈관성 인지장애의 임상양상에 대한 지식에 따르면 기억력 장애뿐만이 아니라 전두엽의 집행/실행 기능장애가 질환 초기에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이외에도 주의집중장애, 작업수행속도의 저하 등이 질환의 초기에 비교적 빨리, 뚜렷하게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이외에도 혈관성 인지장애 환자들은 비교적 질환 초기부터 기분장애나 행동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를 예방함으로써 알츠하이머형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달리 혈관성 치매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혈압과 당뇨병을 철저히 관리하고 담배를 멀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예방 가능한 것이 바로 혈관성 치매입니다.

혈관성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은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줄이는 데도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의 많은 연구들이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에게 혈관성 병변이 함께 존재하며 두 가지 질환이 상당 부분 공통된 위험인자들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러한 혈관성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알츠하이머형 치매 예방 및 치료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체질량지수(BMI)의 증가, 흡연, 심방 세동 등입니다. 이러한 뇌졸중의 위험요인을 철저히 치료하고, 한편으로는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전문가를 찾아가 병의 악화를 최소화하고 증상의 완화를 유도함으로써 보다 나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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