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라는 아름다운습관이 노화방지의 지름길이 아닐까?

우리 속담에 ‘콩깍지 하나를 열 사람이 나눠 먹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웃을 서로 배려하고 나눠 먹던 우리의 전통을 말해 줍니다. 이스라엘인들은 곤궁에 처한 이웃 사람들을 생각해서 추수가 끝난 다음에는 이삭을 줍지 말도록 했습니다. 그것은 추수할 것이 없는 가난한 이웃들과 그 땅에 몸 붙이고 사는 외국인이 이삭이라도 주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도록 배려한 사랑의 계명이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은 5년 전부터 ‘아름다운 1퍼센트 나눔 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어느덧 2만 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참여하는 방법도 참으로 다양합니다. 책을 펴낸 사람은 인세의 1퍼센트를, 회사 사장은 자신의 월급의 1퍼센트를, 심지어 가진 재능이 끼밖에 없는 사람은 자신의 재능과 시간의 1퍼센트를 내주고 있습니다. 결혼 생활을 시작한 부부의 생활비 기부 참여에서부터 예비 영화 감독이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으며 시나리오 계약금으로 받은 5백만 원을 선뜻 내준 사례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십시일반 나눔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형권 선생님은 택시 운전을 하십니다. 선생님은 지난해 연말 1퍼센트 나눔에 대한 내용이 소개된 신문 기사를 읽고 재단을 방문하셨습니다. 착한 이웃들의 나눔 얘기가 실린 기사를 읽고 나서 ‘기부는 재력이 있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아셨다고 합니다. 그날 선생님께서는 하루 영업으로 힘들게 번 매출액의 1퍼센트를 기부해 주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눔의 택시 헌장’을 작성해서 보여 주셨습니다. 나눔의 택시 헌장에는 경제력이 없으신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나 중증 장애인들의 요금을 40퍼센트 할인해 준다는 것과, 나눔의 택시는 교통 법규를 준수하고, 명랑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힘쓰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실질적인 나눔의 택시 1호가 탄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선생님과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생겨 벌써 여러 분이 이 일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강남 물장수라고 불리는 김영찰 선생님. 선생님의 별명은 강남에 사는 사람답지 않게 너무나 근검절약하는 생활 태도에서 얻은 별명이라고 합니다. 정수기 업체를 경영하고 계시는 선생님은 어려운 이웃이나 더 밝은 사회를 위해 일하는 시민 단체에 정수기를 기증해 주고 계십니다. 정수기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여력이 닿는 데까지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시는 선생님. 그렇다고 선생님의 살림이 그리 넉넉한 것도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가끔 힘드시지 않냐고 묻기라도 하면, 가족들이 열광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힘이 난다며 넉살 좋게 웃으십니다. 해마다 정수기 1백 대를 기증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씀하시는 김영찰 선생님을 뵐 때면 파인 김동환의 ‘북청 물장수’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 밭에 찬물을 쏴-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처럼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쏟아 내는, 그래서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희망 물장수입니다. 이분들을 보면 이 세상에 나누지 못할 정도의 가난은 없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물론 1퍼센트는 작은 부분입니다. 그러나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합쳐지면 큰 돈, 큰 도움이 됩니다. 콩깍지 하나를 열 명이 나눠 먹던 우리 선조들의 정신이 오늘날 되살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정부라고 해서 어떻게 우리 주변에 가난하고 소외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모두 구제해 줄 수 있겠습니까. 우리 스스로가 어려운 이웃을 돕고 함께 부축할 수밖에 없습니다. 2005년 아름다운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기부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행복지수가 50퍼센트 이상 높게 나왔습니다. 이처럼 기부는 서로를 행복하게 합니다. 이 좋은 일을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허나 신문의 사회면을 볼 때나 방송의 뉴스 시간에는 언제나 우울해지기 마련입니다. 신문 지면과 뉴스 화면을 가득 채운 사건·사고를 보다 보면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 험악하게 변했을까 절망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에서 희망의 샘물 같은 뉴스도 있습니다.

바로 할머니들입니다. 김밥장수 할머니, 국밥장수 할머니, 삯바느질 하시는 할머니, 콩나물장수 할머니…바로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이나 병원에 내놓는 할머니들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기부 문화는 이러한 할머니들이 일구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5년 7월, 김영희 할머니께서 아름다운재단에 유산을 남겨 주기로 하신 날이었습니다. 이날 아름다운재단은 할머니의 유언장 공증을 통해, 훗날 소외되고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유산 기부를 약정받았습니다. 김영희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유산을 소외되고 불우한 아이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많이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현재 거동도 불편하고 보살펴 주는 가족도 없이 월세방에 살고 계시면서도 그동안 아끼고 아낀 전 재산을 값지게 맡기기로 하신 것입니다. 유산 나눔 약정을 하시면서 할머니는 3년 동안 품었던 생각을 이제야 실천하게 되었다며 기쁘고 홀가분한 마음이라고 하셨습니다. 유산을 모두 기부하는 어려운 결정을 하면서도 “10억씩, 1백 억씩 기부하는 훌륭한 사람들도 있는데, 왜 이리 수선이야. 어차피 내가 가고 나면 이 돈을 다 뭐해? 불쌍한 아이들한테 쓰이면 내가 고맙지.”라며 감사하다는 인사에 도리어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그날 유언장에 떨리는 손으로 ‘김·영·희’라고 조심스레 적으시던 할머니의 손은 세상 누구의 손보다 아름다웠습니다. 미국의 자본가 카네기. 살아생전에 철강왕으로 불렸던 이 사람은 엄청난 부를 축적한 당대 최고의 재력가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종업원들에게 못할 짓도 했고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무리한 일도 적지 않게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그가 죽을 때에는 지난 모든 잘못을 용서받을 만한 일을 했습니다. 그의 재산을 사회에 바친 것입니다. 그는 공공 도서관 3천여 개를 지어 국가에 바쳤습니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뭐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습니다. 돈 버는 과정은 좀 문제가 있더라도 쓰기를 잘하라는 뜻입니다. 물론 현대의 기업 경영에서는 돈을 버는 과정 자체도 투명하고 깨끗해야 하는 것이지만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쓸 때는 빛나게 쓰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희망의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재작년에 작고하신 태평양의 서성환 전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유가족들이 상속받은 50억 규모의 주식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그 기금은 저소득 모자가정의 자립을 위해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특수선주식회사의 박종규 전 회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회사의 경영권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물러났는데 자신의 자식들은 회사에 얼씬도 못하게 했습니다. 이 분의 지론은 ‘유산 가운데에서 가장 가치가 낮은 것이 재산 상속, 그보다 못한 것이 경영권 상속’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도 역시 이 같은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유한양행의 유일한 박사는 자신의 모든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자식이 있는데도 자식이 회사에 개입하지 않도록 해놓았습니다. 자식들에게 대학 졸업시켰으니 알아서 살라는 것이 이 분의 엄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유일한 박사는 우리나라 기업 역사상 가장 훌륭한 사람 중에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귀족이나 상류층이 자신의 권세나 특혜만 누릴 것이 아니라 그만큼 사회적 책무와 윤리를 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기부 문화가 정착되려면 한 번의 큰 돈보다 일상에서의 꾸준한 나눔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연말연시나 수해 등의 재난 발생 시와 같은 특정 시기에만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습니다. 수많은 기부자들을 보면, 이 세상에 ‘나눌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참여가 또 다른 참여를 낳고, 나눔의 밭에 알콩달콩 희망이 심어지고 있습니다. 공존은 거창한 구호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나눌 수 있는 것은 꼭 물질만이 아닙니다. 진정한 나눔의 의미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가진 재능과 시간도 좋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작은 나눔으로도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눔의 미담에 전염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은 먼발치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이라도 나눔이라는 아름다운 습관 하나를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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