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과 심장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심장 질환은 남성들만의 병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사실 여성의 심장 질환 위험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높습니다. 미국 여성 4명 중 1명은 심장 질환으로 사망하며, 심근 경색을 경험한 여성의 23% 는 1년 이내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다행히 평소 심장 질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노력한다면 상당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이 밝혀져 있어 이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성에게 발생할 수 있는 심장 관련 질환에는 관상동맥질환, 뇌졸증, 고혈압, 부정맥, 류마티스성 심질환 등 다양한 병이 있으며, 작은 습관의 변화 만으로도 상당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관상동맥질환은 심장 근육으로 피를 보내주는 관상동맥이 죽상경화반으로 인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데, 관상동맥협착에 의해 심장 근육이 적절한 피를 공급받지 못할 때 증상이 발생하게 되고 심한 경우 심근경색, 급성심장사 등이 발생하는 병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허혈성 심질환이 여성에게 발생할 경우 남성에서 발생하는 허혈성 심질환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허혈성 심질환이 여성에게서 발생할 경우 흔히 알려져 있는 협심증성 흉통 외에도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빠른 진단이 어렵게 됩니다. 최근 미국국립보건원에서 시행한 “여성에서 발생하는 급성심근경색의 초기 증상”을 살펴 보면 급성심근경색을 경험한 여성의 95%에서 전조증상 발생 없이 급성심근경색을 경험하였으며, 30% 미만의 환자에서만 전형적 흉통을 경험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전형적인 흉통 외의 다른 증상을 경험하였습니다. 여성에게 나타날 수 있는 허혈성 심질환의 증상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심장 질환의 위험 인자를 가진 여성이 상기 증상을 호소할 경우 급성심근경색을 포함한 허혈성 심질환을 의심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여성에서 발생하는 허혈성 심질환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주요 심외막 동맥의 협착 외에 미세혈관병이나 혈관내피세포의 기능 부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허혈성 심질환의 황금진단법인 관상동맥조영술에서 심외막동맥의 유의한 협착이 관찰될 경우 관상동맥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데, 여성은 남성에 비해 관상동맥의 내경이 작고 미세혈관이 좁아지는 미세혈관병이나 관상동맥의 협착 없이 혈관내피세포의 기능 부전에 의해 허혈성 심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간헐적인 관상동맥 연축에 의해 혈관 내경이 좁아지며 허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 한 번의 검사로 확진을 내릴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1년 제시된 여성의 심혈관질환 위험도 계층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위험인자를 1개 이상 가지고 있는 여성은 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군에 속합니다.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말초혈관질환이 발현한 경우 복부 대동맥류 만성신부전 당뇨병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신체활동부족 대사증후군 조기 발병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남성 친족 55세 미만, 여성 친족 65세 미만) 10년 예상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10% 이상인 경우 또한 여성이 폐경을 맞이할 경우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는 급격히 상승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임신 중 경험하는 전자간증, 임신성 당뇨, 폐경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하는 호르몬 치료, 피임약 등이 급성심장사의 발병율을 높인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있어 본인이 어떠한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지 잘 숙지하고 평소 위험 인자의 관리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그 중에서 관리 가능한 주요 위험 인자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흡연 흡연은 여성에서 심근경색의 발생율을 약 3배 가까이 증가시키며, 여성이 흡연할 경우 남성에 비해 흡연에 따른 심근경색 발생의 상대위험도는 25% 이상 증가하게 됩니다. 총 흡연량과 심근경색 발생율은 비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하루 1개피의 흡연도 심근경색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경구피임약과 흡연은 혈전증과 심혈관 합병증의 발생에 상승 효과를 일으키므로 금연은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 신체활동부족 여성은 남성에 비해 육체적 활동량이 적은 경우가 많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경우라도 근육량이 적고 내장 비만이 많은 소위 “마른 비만”의 비율이 높습니다. 최근 대만에서 행해진 전향적 연구에 따르면 중등도 강도의 운동을 하루 15분 이상 하거나 일주일에 90분 이상 시행할 경우 신체 활동이 적은 군에 비해 남성에서 2.55년, 여성에서 3.1년의 기대 여명 증가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신체활동이 부족한 군이 적절한 신체활동을 할 경우 6건의 사망 중 1건 이상의 사망을 연기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미 심근경색을 경험하였던 환자의 경우라도 신체활동이 증가할 경우 심근경색의 재발을 줄일 수 있으며, 많은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심장재활치료가 주요심장사건 발생 및 증상 발생 감소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심장재활치료 프로그램에서는 환자에게 적합한 운동 방법 및 강도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담당 의사에게 적절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3) 여성호르몬 생리불순, 조기폐경, 다낭성 난소증후군, 난소절제술 등은 여성 호르몬의 농도 감소와 연관되어 여성에서 허혈성 심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인성 여성호르몬은 고밀도지질단백 콜레스테롤 증가, 동맥 혈관순응도 증가, 관상동맥 혈류 증가 등을 통해 여성을 허혈성 심질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내인성 여성호르몬의 농도가 감소하는 경우 허혈성 심질환의 위험도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외인성 호르몬의 보충으로도 상쇄되지 않습니다. 여성호르몬 보충 치료와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단 하나의 상관 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나, 최근 행해진 대규모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외인성 여성호르몬 보충 치료는 심혈관 질환으로부터의 보호 효과가 없으며 심지어 유해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치료 시작 및 유지 기간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4) 임신 최근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가 늘어나면서 임신과 관련된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임신 중 당뇨, 고혈압, 혈소판 증가 등이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데, 일반적인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과 차이점은 이전의 죽상경화반이 없는 혈관에서도 혈전 형성이나 관상동맥 박리 등으로 인한 관상동맥 폐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약물용출스텐트삽입술 이후 사용하는 항혈소판제 중 일부 약제의 임신 안정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출혈의 위험으로 인해 혈전용해제의 사용이 조심스럽다는 점 등은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의 위험 인자 조절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임신과 관련된 여러 가지 생리학적 변화가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높이는데 반해 모유 수유는 심혈관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 되므로 혈압, 혈당 조절 등의 적절한 산전 관리와 산후 모유 수유 등이 심혈관 질환 위험 관리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 허혈성 심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이 발생할 경우 다음과 같은 검사를 진행하여 허혈성 심질환 유무를 진단하게 됩니다. 가장 흔하고 쉽게 사용되는 운동부하심전도 검사는 검사 시행이 쉽고 운동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성에서는 남성에 비해 진단의 정밀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생리 주기에 따른 변동이 있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추가로 시행할 수 있는 검사에는 부하 심근 핵단층 촬영, PET 촬영, 부하 심초음파검사, 관상동맥 CT 등이 있으며 이러한 검사를 통해 허혈성 심질환의 조기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합니다. 환자의 증상이 전형적이거나 불안정한 경우, 좌심실 기능 저하 등이 동반된 경우와 같은 선택적인 증례의 경우 침습적인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할 수 있으나, 여성에서는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관상동맥 협착 외에 미세혈관질환의 증례가 많아 해석에 유의를 요하겠습니다. 또한 미세혈관병의 경우 확립된 진단 가이드라인이 없어 의사의 임상 결정에 의해 치료의 시작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에서 허혈성 심질환의 중요성이 과소 평가됨에 따라 허혈성 심질환의 진단과 집중 치료가 지연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협심증 치료가 행해지는 경우에는 남성과 여성에서 치료 성적은 유사합니다. 이는 조기에 허혈성 심질환을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할 경우 좋은 치료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허혈성 심질환이 진단된 환자는 증상의 발현 속도, 관상동맥의 협착 정도, 좌심실 기능 보전 여부, 당뇨 등 동반 질환 유무에 따라 약물 치료 또는 관상동맥 재관류술을 시행 받게 됩니다. 약물 치료는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 혈관확장제와 같은 항협심증 치료제, 고지질혈증 치료제, 심근 재형성을 방지하는 여러 종류의 고혈압 약제 등을 포함하는데, 약물의 효과나 부작용은 남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관상동맥 재관류술은 크게 경피적 관상동맥 성형술과 관상동맥 우회술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적절한 적응증에서 시행될 경우 역시 남성에서와 비슷한 치료 성적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여성의 허혈성 심질환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여성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허혈성 심질환의 위험인자 관리와 진단이 과소 평가 되고 있지만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질 경우 우수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현재보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흡연과 같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위험 인자도 있지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과 같은 위험 인자의 발견과 조절에는 의사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평소 심장질환이 발생하지 않았을 때, 심장내과 의사를 찾아가 본인이 어떠한 위험 인자를 가지는지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힘든 노력 없이 작은 습관의 변화 만으로도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으므로 오늘부터라도 심장질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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