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가족들과 설악산과 동해로 휴가를 갔습니다. 늘 가던 길이라 으레 영동고속도로를 타거나 여차하면 스마트폰으로 길안내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에 아무 계획 없이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교통방송에서 영동고속도로가 막힌다는 안내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춘천, 인제를 통과하면 빠르다고 충고하더군요. 갈등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춘천, 인제를 거쳐 설악산에 도착했습니다. 5시간도 넘게 걸려서 말입니다. 차량 정체도 있었지만 중간에 길을 잘못 찾아 많이 돌아온 탓이었습니다.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가족들은 지쳐있었고 저도 장시간 운전으로 녹초가 되었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 처음부터 올바른 지도를 보고 계획을 세워서 길을 떠나면 수월하고 재미난 여행이 됩니다. 하지만 준비 없이 떠나면 우왕좌왕하다가 엉뚱한 길로 가거나 도착을 해도 녹초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건강관리에 있어서 제 휴가여행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특히나 큰 병으로 치료한 이후에 건강이라는 목표를 갈구하면서도 자신만의 건강 관리가 몸을 망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특히 암 치료 후에는 귀가 얇아져서 여기 저기에서 들리는 근거 없는 충고를 따라가기 쉽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건강 관리가 전문가에게 확인된 것인지 돌아보세요.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비법]이야말로 가장 무섭고 위험한 건강 관리일 수 있습니다. 현대 의학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전부터 알고 있던 나만의 건강 비법이 어느새 가서는 안 되는, 폐쇄된 길이 됐는지도 모릅니다.
암 치료 후 건강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의학의 발전과 조기 치료의 확산 덕분에 암에 걸려도 완치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곧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100만 명의 사람들 각자가 자신만의 건강 비법을 갖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권장하는 올바른 건강 관리 지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 원발암 관리(치료 및 재발관리)에 충실하라.
즉, 담당 전문의의 외래를 빠뜨리지 말고 규칙적으로 방문하는 것입니다. 무척 당연한 사항이지만, 간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단계 :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속하라.
금연, 절주 및 균형 잡힌 영양, 규칙적 운동, 건강체중 유지가 중요합니다. 이렇게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속하면 암 치료 후에도 생존율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3단계 : 또 다른 암의 발생을 관리하라.
한 번 암에 걸리면 또 다른 암에 걸리기 더 쉽습니다. 원발암 관리와는 별도로, 기본적인 이차암 조기 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체계적인 이차암 검진이 필요합니다.
4단계 : 만성병을 관리하라.
원발암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는 만성질환이 쉽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유방암 환자는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 골다공증 등이, 위암 수술 후에는 빈혈, 골다공증 등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체계적인 만성질환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5단계 : 성인 예방접종을 하라.
암 치료 후에는 인플루엔자, 폐렴 예방접종이 권장됩니다. 또한 함께 사는 가족도 예방접종을 받아야 합니다.
6단계 : 매일 운동하라.
운동이 가져다 주는 건강 효과는 매우 크고 다양하므로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 권장 사항이지만, 치료 1년 이내에는 전문의를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한 후 운동을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암 치료 후에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건강 관리가 필요합니다.
근거 없는 주위의 충고에 흔들리는 대신, 올바르고 검증된 건강 지도를 하나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건강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아야 합니다.
위의 6단계 건강 지도로 꾸준히 관리하며, 암을 만나기 이전보다 더 건강한 삶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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