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장병원과 잘못된 만남···신용불량자 '꼬리표' |
| 벌금·면허정지·환수금···피해자 의사 처벌 너무 과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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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2월 17일 (금) 10:23:26 |
이다정 기자  djlee@thedr.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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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무장병원피해모임 대표 오성일 원장
2006년. 국내 명문의대를 나온 그에게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쳤다. 대한의사협회 사이버 홍보팀장, 한국백세인연합회 부총재, 대한노인의학회 기획이사 등의 직책을 맡으며 활동무대를 넓혀가던 그는 의대 선배 소개로 M의료법인 J병원 원장 자리에 앉았다. 그곳은 빌딩 6개층 규모의 150개 병상으로 그가 평소 꿈꾸던 곳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J병원이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는 '그만두겠다'는 내용증명을 M의료법인 대표에게 보냈다. 대표는 묵묵부답이었지만 환자들을 방치해둘 수 없었던 그는 진료를 계속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2007년 11월 대한의사협회 불법신고센터에 자진신고를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300만원의 벌금과 의사 자격정지 3개월, J병원 근무 당시 건보공단에서 지급된 보험급여 18억원 환수, J병원 운영 관련 미지급금 19억원 지불이라는 처벌이 내려졌다. M의료법인 대표를 상대로 형사고발과 민사소송 등을 수차례 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수많은 협박과 패소라는 결과뿐이었다.
오성일 서울실버요양병원장(사진)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모른 채 불법병원장을 맡았다가 총 38억원이라는 피해를 입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사무장병원피해모임'을 만들어 사무장병원 관련 의료법의 불합리성을 알리고 피해 의사들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 의사들이 얼마나 되나
피해 의사들 대부분은 사무장병원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회원들을 도와주기위해 사무장병원피해모임을 만들었다. 많게는 하루에 3~4명의 의사들에게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
대부분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들어갔다가 피해를 입은 의사들이다. 이들의 피해금액은 최소 5억원부터 시작하는데 피해금액이 큰 이유는 건보공단 환수금 때문인 경우가 많다.
현행법상 사무장들은 1~2천만원 정도의 약소한 처벌에 그치는 반면 그 곳에 몸 담았던 의사들은 벌금, 면허정지, 건보공단 환수금이라는 3중고를 겪게 된다.
오는 8월부터 사무장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자진신고를 하면 행정처분을 감경 받게 된다. 이 정도면 되는 건가
사무장병원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의료법이 개정되는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어느 정도 경감을 해주는 것이 적절한지의 문제와 건보공단 환수금 문제가 남아있다.
자진신고자들은 공로자 아닌가. 일반인들이 신고하면 포상금까지 주면서 의사들이 자진신고하면 포상금은 고사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처벌을 해야 하지 않나.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이 뭘까
사무장병원은 영리병원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의료법을 개정해 사무장병원에 대한 규제를 푼다면 자연스럽게 피해 의사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써 최선의 방법은 검찰·건보공단·의협에서 공동위원회를 만들어 주기적인 조사 활동을 해야 한다. 이들에게 공동위원회 추진 요청을 한 상태다.
근무했던 사무장병원과 관련된 부채들은 어떻게 처리됐나
처리된 건 하나도 없다. 수많은 소송에서 패소했고 그 당시 떠안은 38억원의 부채는 아직도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 현재 서울실버요양병원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과 친지, 주변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용불량자가 됐고 사무장병원의 덫은 삼대가 고통을 받을 정도로 가혹했다.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야 했고, 나중에는 자식들에게 부채가 고스란히 넘어간다.
아마 살아있는 날까지 38억이라는 부채는 계속 날 괴롭힐 것이다. 부채를 갚아야 한다는 처분이 무효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른 피해 의사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자살하는 의사들도 있다. 죽을죄를 지은 게 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혼자 고민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자진신고 시 처벌 경감 방안이 마련된 만큼 신고해서 더 이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무장병원을 벗어나는 일은 자진신고를 하고, 처벌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힘있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주도해 거대한 조직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관할 보건소에서 조차 건드리기 힘들다. 사무장병원이라는 의심이 약간이라도 들면 아예 쳐다보지도 말고 발을 들여놓을 생각조차 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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