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법개정안에 성형수술 등 의료보건용역의 부가가치세 과세 범위 확대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의료계가 또 다시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앞서 2011년 7월부터 쌍꺼풀 수술과 유방 확대·축소술, 지방흡입술 등 미용성형 목적의 의료서비스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으로 적용된 데 이어 그 범위가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3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공청회를 열고 정부의 중장기적 조세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공청회에서 안종석 선임연구위원은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소득세 면세자 대상을 축소하고 과표양성화를 통해 소득이 있다면 한 푼이라도 세금을 내는 '국민 개세주의'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안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금융·의료용역·학원 등 부가가치세가 높은 분야의 부가세 과세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기획재정부가 오는 8월 초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세연구원의 보고서를 활용해 국제적 기준에 맞춰 조세개혁안을 마무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부가세 면세 기준은 OECD 기준 등을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안 연구위원이 부가세 과세 범위의 확대 필요성을 제기한 의료보건용역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면세되는 의료보건용역은 부가가치세법 제35조에 정의돼 있는데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또는 간호사가 제공하는 용역 ▲접골사(接骨士), 침사(鍼士), 구사(灸士) 또는 안마사가 제공하는 용역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또는 치과위생사가 제공하는 용역 ▲약사가 제공하는 의약품의 조제용역 등이다.
다만 2011년 7월 세법개정 이후 다섯가지 성형수술(쌍꺼풀수술, 코성형수술, 유방확대·축소술(유방암 수술에 따른 유방 재건술 제외), 지방흡인술, 주름살제거술)만 면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결국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부가가치세가 높은 미용 성형수술 분야 중 일부 수술에 부가세를 추가로 과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국세청은 보톡스와 필러를 주름살제거술로 보고 부가세를 과세한 경력이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상담사례를 보면 보톡스, 필러 시술 등 주름살을 완화하는 약물투여 시술이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미용목적 성형수술(주름살제거술 등)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부가세 면세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보톡스 외에도 미용 성형수술의 부가세 과세 대상 여부를 묻는 질문이 국세청 상담센터에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레이저시술 방식의 지방흡인술 ▲치료와 미용 목적을 동시에 갖는 쌍꺼풀수술 ▲환자의 컴플레인에 따른 재수술 등의 부가세 과세 여부를 질의한 사례에 대해 국세청은 모두 과세 대상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미용 성형수술 등에 부가세 과세를 확대할 수도 있다는 정책 방향을 두고 의료계는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방향의 세제개편안이 추진돼 의료 영역에 부가세 과세 대상이 확대되면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의료기관 역시 환자 수 감소로 더욱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김영진성형외과 김영진 원장(전 대한성형회과의사회장)은 “말도 안되는 정책을 또 다시 준비하고 있다니 기가 찬다”며 “의사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BK성형외과 김병건 원장은 “다른 의료용역은 면세 대상인데 유독 성형수술만 부가세를 부과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또 의료관광차 온 외국인의 경우 성형수술을 받으면 부가세를 돌려준다. 한마디로 앞뒤가 맞지 않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영역에 대한 부가세 과세가 정부 스스로 의료의 영리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의료를 비영리 사업으로 보는 건강보험제도의 당연지정제와 상충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의료전문가는 '의료법 상 비영리법인만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토록 규정돼 있고,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용역을 영리사업으로 보고 부가세를 과세하는 것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