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인근 A피부미용센터엔 40~50대 직장인들의 발길이 잦다. 보톡스를 맞기 위해서다. '젊은 인상'을 생존 무기로 여기는 중년 직장인들이 얼굴 주름을 없애러 온다. 미간 주름 보톡스 비용은 2만원. 가격 부담도 없어 약효가 지속되는 6개월마다 중년 남성들이 이곳을 정기적으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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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사거리에 즐비한 미용 클리닉에는 요즘 수능시험을 끝낸 여고생들이 북적거린다. 피부·성형 의원들이 '수능 기념 미용 이벤트'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상당수는 '사각턱 보톡스'를 맞는다. 음식을 씹을 때 쓰는 양쪽 턱 근육(저작근)에 보톡스를 놓아 이 근육의 크기를 줄여 턱선을 갸름하게 한다. 일명 'V라인' 시술이다. 비용은 한 사람당 3만~5만원 정도인데, 이벤트 기간 두 명에 단돈 3만5000원이다.
◇보톡스 2만원 시대 백태
보톡스 시술이 2만원까지 떨어지는 가격 파괴 혁명으로 시술 용처나 범위도 대폭 늘어났다. 5~6년 전부터 저렴한 국산 보톡스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수십만원 하던 비용이 거의 1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요즘 결혼을 앞둔 신부는 '승모근 보톡스'를 맞는다. 쇄골 위쪽 등과 어깻죽지를 잇는 승모근에 보톡스를 맞으면 이 근육이 마비되고 크기가 줄면서 목이 가늘고 길게 보인다. 쇄골도 보기 좋게 도드라진다. 일종의 '웨딩드레스용 보톡스'다. 컴퓨터 작업으로 만성 어깨 통증에 시달리는 직장인들도 승모근 보톡스를 맞기도 한다.
졸업 앨범 사진을 찍는 여대생들에게 '사각턱 보톡스'는 기본이 됐다. '스마일 보톡스'는 취업을 앞둔 사람에게 인기다. 양쪽 입꼬리가 아래로 처져 뭔가 불만인 듯한 인상을 미소 짓는 인상으로 바꾼다. 보톡스로 입꼬리를 아래로 당기는 근육을 마비시킨 결과다. 동양인은 콧구멍이 상대적으로 큰데, 콧방울 주변 근육에 보톡스를 놓아 콧구멍이 커지지 않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
오리지널 제품을 개발한 미국과 독일 제약계는 이 같은 한국 의사들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른다. 국내 보톡스 판매 시장은 매년 12%가량 성장해 지난해엔 722억원으로 추정됐다. 우리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은 일본(2014년 628억원)보다 시장이 크다. 외모 중시 풍조로 보톡스 시술이 나이·성별 관계없이 성행하는 '보톡스 코리아'인 셈이다.
질병 치료에도 보톡스가 다양하게 쓰인다. 과도한 턱근육 긴장으로 인한 이갈이, 발성 장애 성대 근육 이완, 과민성 방광 배뇨근 보톡스, 치질 개선 항문 괄약근 이완, 긴장성 두통, 수전증, 다한증 등 내부 근육을 위축시키면 증세가 좋아지는 분야에 보톡스 치료가 사용된다.
◇종아리 가늘게 했다 발목 자주 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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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이 지나치게 남용되고 사용량도 대범해지고 있다. 다리 종아리 일부 근육이 알밴 것처럼 툭 튀어나왔거나 두꺼운 경우, 이를 가늘고 매끄럽게 하는 '알톡스'도 나왔다. 예전에 100만~150만원 하다 25만~40만원까지 내려가면서 시술이 늘었다. 이민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종아리 근육에 보톡스를 너무 많이 맞으면 발목을 받치는 힘이 떨어져 발목을 삐는 경우가 잦다"면서 "이마에 보톡스를 잘못 맞아 눈꺼풀이 내려앉는 경우도 종종 본다"고 말했다. '걸그룹 허벅지'를 따라 하려는 일부 연예인 지망생들은 허벅지에 대용량 보톡스를 맞는 허벅지 위축 시술을 받기도 한다.
보톡스 용량과 빈도가 늘면서 약효가 사라지는 내성(耐性)도 늘고 있다. 보톡스 성분에 대한 항체가 생겨 약효가 안 나타나는 것이다. 독일 보툴리눔 톡신(성분 이름) 제약회사 멀츠(MERZ)가 한국인 시술 의사 1500명을 대상으로 내성률 조사를 한 결과, 절반(49%)가량이 보톡스 시술 횟수가 늘어날수록 효과가 예전보다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응답했다. 박제영 피부과 전문의는 "짧은 기간 여러 번 받거나 고용량을 쓸 때는 내성 발생을 감안해 안전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