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재분류 4차논의, ‘결론 없이 끝나’

메디컬투데이 양민제(mjyang365@mdtoday.co.kr) 기자 입력일 : 2011-07-20 08:20:47

［메디컬투데이 양민제 기자］ 17개 전문약에 대한 일반약 전환으로의 의약품재분류를 논의한 중앙약심 4차 회의가 뚜렷한 결론 없이 끝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19일 오후4시 서울식약청에서 제4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의·약계를 대표해 이혁·이재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이사·내과개원의협회 윤용선 교수 등과 약계 대표로서 박인춘 대한약사회 부회장를 비롯해 고원규 이사·충북대 약대 홍진태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조재국 위원장을 비롯해 강정화·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병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도 공익대표로 참석했다. 이들이 참석한 제4차 중앙약심에서는 앞서 복지부가 일반약으로 전환 가능한 품목으로 거론했던 ▲듀파락시럽 ▲잔탁 ▲가스터디정 ▲히아레인 등 4개 품목과 함께 시민단체 등이 제시한 총 17개 품목에 대해 의협 추천 9명·약사회 추천 5명·그 외 1명의 전문가 등 총 15명의 전문가 의견을 듣고 전환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를 주로 이뤘다. 이날 회의에 앞서 대한약사회는 17개 품목에 대해 일반약으로의 전환이 타당하다는 책자를 준비해 근거자료서 제출함으로써 일반약 전환 주장을 지속할 방침을 보였다. 반면 이에 대한 의협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의협 등은 복지부와 약사회 등이 내세운 품목에 대해 안전성 등을 근거로 전문가의 추가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로 회의를 앞두고 대한안과의사회 관계자들은 일반약 전환이 가능하다고 거론된 히아레인의 전환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의협은 지난 14일 복지부와 식약청에 경구 피임약 등 일반약 516개 품목의 전문약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공문을 제출한 바 있다. 이러한 의·약계의 대립은 실제 회의를 진행하는 데 앞서 나눈 대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전문가의 의견 발의 시간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진료과별로 한 품목씩 들어야한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에 반해 약계에서는 긴 시간이 요구된다며 반박하고 나서면서 이혁 의협 이사와 박인춘 약사회 부회장의 작은 설전도 펼쳐졌다. 또한 박인춘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의약품 재분류의 결론을 짓기 위해 외진 곳에 가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좋겠다”는 반농담식의 언급에도 이재호 의협 이사는 “지난 2000년 이후 최초로 행하는 재분류 회의이기에 산고의 고통을 겪어야한다”며 단호한 답변을 보였다. 한편 이날 오후4시부터 5시간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결과는 이 같은 의·약계의 팽팽한 대립각만 보인 채 의약품 재분류 논의는 다음 회의에 다시 논의키로 결정됐다. 회의를 마친 후 조재국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4차 회의에서는 앞서 거론된 17개 품목에 대한 재분류 논의에 대해 향후 객관적인 검토를 진행키로 합의했다”며 “식약청이 의약품 재분류와 관련해 상시 분류 기준·방향·일정 등을 자료로 만들어 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품목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었던 4차 회의와는 달리 차후 회의에서는 필요한 경우에만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기로 결정했다고. 또한 조재국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는 피부과 의약품에 대한 전문약 전환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많이 도출됐으며 안과 의약품에 대해서 가장 많은 논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전반적으로 의·약계 각각에서 추천된 전문가 사이에 서로 상반되는 의견이 많이 도출돼 공익 대표로 나온 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듣고 결정하기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번 4차회의가 성사될 때까지 대치되고 있는 의·약계의 엇갈린 의견 양상에 대해 향후 표결 방안도 거론됐다. 조재국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는 극명한 의견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표결로 처리하기에 무리가 있었다”며 “앞으로 식약청이 이번 회의 때 발표한 내용을 다 받아 추가적으로 보완·정리하고 여타 전문가 등의 의견도 들어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에 향후 회의에서는 표결 처리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3차 회의 이후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뚜렷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백지화 상태에서 논의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조재국 위원장은 “지난 3차 회의 결과를 토대로 참고 자료로 활용해 이번 회의와 향후 회의 등에서도 판단을 내리는 데 의미있는 것이라고 본다”며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상반된 의약계의 의견도 또다른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회의를 마친 이재호 의협 이사는 “4차 중앙약심에서는 교수 등 전문가의 의견을 듣자고 했고 지난 3차 회의 때 절차상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 반영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재호 이사는 의·약계의 상반된 의견에 대한 입장도 표명했다. 이 이사는 “위원 스스로도 서로 놀랄 만큼 상반된 입장을 보여 공익 대표들의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을 것이다”며 “앞으로도 쟁점이 있는 의약품 부분에서는 충분한 토론과 논의과정 속에서 결론을 도출해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식약청이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추가적인 보완을 통해 의약품 재분류 관련 검토기준 방법 등을 제시할 예정이기에 향후 5차 회의에서는 식약청 등의 의견을 유념하고 관련 의견을 논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5차 중앙약심 회의는 오는 8월8일 서울식약청 소회의실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차후 회의에 대해서는 오송식약청에서의 회의 개최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메디컬투데이 양민제 기자(mjyang365@mdtoday.co.kr)